생각보다 가볍고 재미있게 봤다.
스칼렛 요한슨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개인적으론 남자 주인공 애덤 드라이버가 더 인상적이였다.
스타워즈에 등장했던 인상이 강렬했던지라 이런 잔잔한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그가 더 주의 깊게 보였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처음 그들이 독백으로 상대방에 대해 나열을 할 땐 잔잔한 목소리와 화면이 예쁘게 잡히는데 그것 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서로 사랑하고 있다고 느껴지는데 그렇게 예쁘게 시작하는 결혼은 끝날 때까지 예쁠 수가 없다.
이혼 조정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서로의 바닥까지 끌어내며 깊이 상처를 준다.
결혼이 둘만의 문제라면 가볍지만, 아이가 있다면 더욱더 복잡해진다.
누구나 알지만 (아나??) 이혼의 과정은 정말 처절하게 나와 상대방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나쁠 수 있나 드러 낼 수밖에 없는데 그 과정을 너무 무겁지 않게 관객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재미있게 그려내고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좋은 이웃으로 남길 바라는 주인공들을 응원하게 되는 영화다.
( 사실 나는 아직도 로맨스가 좋다. 그들이 이웃으로 끝나길 바라지 않는다. 영화니까...)
대사와 극 흐름이 너무 좋았다.
최근 할리우드든 우리나라 영화든 소재나 이야기가 강렬한 것들이 많았는데,
오랜만에 잔잔한 이야기를 하면서 웃게 만들 수 있는 따뜻한 영화였다.
부부가 한 공간에서 살을 비비며 살고는 있지만 우리는 생각만큼 서로에 대해 모른다.
배려하며, 이해하며, 양보하며 사는 게 미덕이라 그래야 가족이란 이름을 이어 나갈 수 있기에 우리는 그리 살고 있지만, 사실은 서로의 행복과 생각엔 무관심한 게 아닌가 한다.
배려, 이해, 양보는 듣기 좋은 단어일 뿐, 사실은 서로가 많은 것을 어느 한계점까지 꾹 참고 있는다. 사람마다 그 한계점의 높이가 다를 뿐.
서로에게 집중하고 귀 기울이던 반짝반짝 빛나던 시절은 금방 지나가버리고, 생활하고 안주하고 상처 받고 조금은 위로받으며 참고 넘어가는 일상이 어느 순간 무엇인가 기폭제가 되어 뻥하고 터져버리면 우리 모두 원하지 않았지만 갈 수밖에 없는 길로 들어선다.
누구의 잘잘못이 아니라, 결혼이라는 제도의 한계가 아닌가 한다.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이겠지만, 이것도 언젠가 다른 방향으로 변하겠지.
영화 중에 인상 깊은 연출이 있다.
여자 주인공 니콜의 큰 대문을 남편인 찰리와 같이 문을 닫는 장면이 나오는데
서로의 얼굴이 교차 편집되면서 니콜은 집안에 찰리는 문밖에서 문이 닫힌다.
아직도 그들은 서로를 보는 눈빛이 잔잔한 사랑으로 넘치는데, 서로의 손으로 문을 굳건히 닫히게 만든다.
나도 너도 우리들도 그런 순간들이 수 없이 많았을 텐데,
아슬아슬 줄타기처럼 잘도 여기까지 왔다.
모든 게 완벽할 수 없지만,
그래도 조금 더 솔직할 수는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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